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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의 세계로 | 한국 작가 이채의 예술세계
2024.02.29
INTERVIEW
이채
이채의 캔버스는 광대한 하늘을 자아내며, 각각의 붓놀림은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반짝이는 별과 같습니다. 1989년에 태어난 이 한국 작가는 황혼의 부드러운 포옹을 연상시키는 푸른색과 달빛이 비치는 밤의 고요한 장엄함을 포착하여, 관람객들이 사색의 영역을 횡단하도록 초대합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The color BLUE" 전시회에 그의 참여를 기대하며, 그의 말을 통해 그의 예술 세계를 살펴봅시다.
예술 세계로의 첫발을 내딛다: 여정의 시작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그룹전 "The color BLUE”
- 작가님의 예술적 여정과 그림으로 표현을 추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채:제가 추구하는 예술은 조용히 응시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을 경험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예술은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적 대상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오해와 오독의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술이 지닌 매력은 작품을 바라보는 것과 느껴지는 것 사이의 체험을 조응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예술은 심미적 체험의 결을 되살릴 수 있도록 불가해적인 기조를 지녀야 합니다. 구체적인 대상이 부재하더라도 공허하지 않습니다. 나와 예술 작품 사이의 교감의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하는 것. 개념과 의미 전달이 아닌 인상의 전의로서 침잠할 수 있는 여정을 떠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깊고 무한한 푸른 빛
Lee Chae “Afterimage #BA-IV-Y051” 2024, 117.0x91.0cm, Oil on canvas.
- 작가님의 작품에는 짙은 파란색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파란색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색인가요?
이채:저에게 푸른색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느껴지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함을 품은 색입니다. 밤하늘의 깊고 깊은 푸른색은 무한함에 대한 동경을 품게 해주었습니다. 낮은 이성의 공간이며 깨어남의 시간입니다. 반면 밤은 감성의 공간이며 꿈을 꾸는 쉼의 시간입니다. 밤은 인간의 마음 그대로, 감정의 결 그대로를 드러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러한 밤하늘을 상징하는 푸른색은 나의 마음과 정신을 온전히 투영하는 색입니다.
내면의 무한성이 연결되는 표현과 감상의 순환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그룹전 "The color BLUE”
- 작가님의 창작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어떻게 캔버스에 접근하나요?
이채:동경은 닿고자 하지만 도달할 수 없음에서 비롯됩니다. 저에게 있어 작업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처럼 동경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경은 반복의 행위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작업이 시작됩니다.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동경을 화면에 형상화합니다. 그 다음 캔버스에 형상화된 상들을 스케치하고, 천 위에 곱게 올린 물감을 차분히 닦아내고 긁어내면서 내면의 다층의 감정적 결들을 피워내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런 과정에서 물감은 흔적을 남기며 번집니다.
붓을 계획하에 그어내지만, 닦아내어짐에 의한 우연한 번짐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저에게서 번짐의 초점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습니다. 내부로 번짐을 자연스럽게 즐기며 수용합니다. 닦아냄을 통한 번짐은 매번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지워진 흔적들과 닦아내지 않은 부분들은 사라지는 곳과 남아있는 곳 두 영역으로 구획되어집니다. 사라짐과 나타남의 반복적 동시성은 자기 한정의 내적 무한성으로 확장되고, 이러한 과정이 만들어내는 중첩은 작업적 행위와 감상의 순환을 담고 있습니다.
Lee Chae “The Blue Flower [Untitled]” 2024, 112.0x162.0cm, Oil on canvas
표현의 근원 : 성장의 추구와 구현의 갈망
Lee Chae “The Blue Flower [Untitled]” 2023, 24.0x 24.0cm, Oil on canvas.
- 작가님의 작품에서 자연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 자연적 요소들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채:꽃과 나무가 자라는 모습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자라남이라는 지향을 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씨앗의 발아는 대지의 양분을 통해 자신을 식물로 체화하고 다시금 피워내기 위해 씨앗으로 응축시킵니다. 땅으로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처럼 나무의 자라남도 끝이 없습니다.
저는 자연의 이런 무한함이 예술과 닮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추동하는 생명력에 닿고자 한 송이 꽃과 나뭇가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예술적 영감을 온전히 포착해 보고자 하는 갈망을 표현하는 것이 제가 작업에서 추구하는 의미입니다.
작업 중인 이채 작가
닿을 수 없는 것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그룹전 "The color BLUE”
- 예술적 비전을 형상한 특정한 영감이나 영향에 대해 공유해 주시겠습니까?
이채:푸른 밤하늘에서, 꽃과 나무로부터 시작된 내적인 몰입에 대한 경험은 이해의 대상이 아닙니다. 불가해한 무언가로서 명료하게 해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지각적이고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할 방법과 물질적인 재료로 비물질적인 것을 재현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내적인 몰입의 길을 열어 주었던 반복적 행위 자체는 일회적이고 우연적인 단계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 비물질적인 과정을 가시적으로 마주하기 위해 꽃이 피어나고 흐드러진 형상(푸른꽃 연작)을, 꽃이 목질화되는 과정(잔상 연작)을 상징적이고 추상적으로 형상화 했습니다. 이런 행위와 형상의 은유적인 매개는 작업 과정에서 내면을 인식하고 체험을 해나가는 물질성과 시간성의 총체입니다.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행위와 사유의 연결이었습니다.
Lee Chae “Afterimage #BA-IV-Y30” 2023, 130.5x89.5cm, Oil on canvas.
이채:이렇게 회상된 감정은 전형적인 이성적 시공간적 인식에서 탈피해, 잊고 있던 내면세계와 관계 맺기의 경험을 다시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영감과 유한한 표현 사이에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 내적인 세계에 도달할 수 없다는 부정성이 사실은 도달하고자 하는 동경을 보증하는 것, 이끌림 자체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표현되는 무수한 파란색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그룹전 "The color BLUE”
- 마지막으로,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The color BLUE"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관람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요?
이채:이번 “The color BLUE" 전시에 함께하는 작품들은 다층의 푸른색을 만들며 푸른색이 낼 수 있는 감성적인 체험이 배가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화이트스톤에 모이게 될 서로 다른 푸른색을 경험하고 내적인 몰입을 조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