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쿄모리 코헤이 x 히지카타 메이지|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장식의 교차점

2023.09.20
INTERVIEW

쿄모리 코헤이 x 히지카타 메이지

가와사키시에 있는 오카모토 타로 미술관의 히지카타 메이지 관장이 쿄모리 코헤이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을 탐구한다. 이번 인터뷰는 동서고금의 장식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여 독자적인 시각언어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쿄모리 코헤이 와의 대화이다.

총 2부로 나누어진 기사 중 이번 첫 번째 인터뷰에서는, 순수 미술의 세계로 활약의 장소를 옮긴 경위와 모티브인 '장식'에 대해서, 그리고 쿄모리의 출발점이 되는 패션의 이야기로부터 대담이 시작된다. 이 대담은 시대를 초월하여 디자인과 예술의 관계성을 시작으로, 쿄모리의 작품에 주제가 되는 '장식'의 기원으로 향한다.

디자인과 순수 미술의 경계선

쿄모리 코헤이, 뒤에는 《R.E.P. Portrait Michael》 2021, 91.0 × 91.0 × 2.0cm, 캔버스, 아크릴

히지카타 : 쿄모리 씨는 순수 미술 출신이 아니라 그래픽, 일러스트, 그리고 패션 업계에서 활약하고 계셨습니다. 미술과는 평행선을 달리는 이 분야에서 순수 미술로 방향을 전환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쿄모리 : 처음에는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쿄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도쿄의 패션계에 매료되어 패션 전문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재학 중에는 해외 유학의 기회를 얻어,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2년간 유학했습니다. 그 후 일본에 귀국하여 아트 디렉터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분은 현대 미술도 하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가까이서 제작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저도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지카타 : 패션에서 미술로 흥미가 바뀌었더라도 바로 미술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쿄모리 : 딱히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독립할 때 스스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과 어떤 일이든 계속한다면 예술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습니다.

히지카타 : 평소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쿄모리 :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통해 광고나 카탈로그를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장식'이라는 키워드는 항상 제 안에 있었습니다.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안을 장식으로 가득 채우는 것을 담담히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독립한 지 몇 년이 지난 후, 한 명의 예술가로서 예술이 하고 싶어서 공모전에 응모하기 시작했습니다.

히지카타 : 그럼 꾸준히 미술에 대한 접근법을 탐구하고 있었습니까?

쿄모리 : 당시에는 광고에 관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뢰인의 요청이 우선 사항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만의 표현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 나서,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으면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히지카타 : 예전에 요코오 타다노리 씨와 이야기했을 때 요코오씨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요코오씨는 굉장히 성공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지만, 아무래도 의뢰인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좀처럼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디자인 일은 순수 미술과 매우 가깝지만, 암묵적으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디자인과 순수 미술의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쿄모리 씨의 세대는 이 경계선이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쿄모리 : 저도 옛날부터 요코오씨의 작품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코오씨의 시대는 광고도 예술에 상당히 가까운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디자인은 컨설팅과 밀접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디자인의 일은 아닙니다. 예술과 디자인의 제작 과정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전혀 다른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제작 중인 모습

히지카타 :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장식에 관련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까?

쿄모리 : 약 10년 전부터 제작하기 시작해서 처음 발표한 것은 6년 정도 전입니다. 그때는 의뢰받은 일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신만의 표현을 하고 싶었지만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모전이라면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도쿄의 스파이럴에서 발표할 수 있는 공모전에 참가했습니다.

히지카타 : 그때 주변 반응은 어땠습니까?

쿄모리 : 그때는 지금에 비해 장식적인 면에서 화려하지 않았고, 나무판자에 꽃을 그린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디자인의 영역을 조금 빠져나온 정도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지카타 : 그때부터 점점 장식을 미술 작품으로서 의식하게 되었습니까?

쿄모리 : 첫 작품이 디자이너 시절에 제작한 것이라 그런지,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만들겠다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안에서 솟구치는 감정들과 생각을 표현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지금의 스타일과 가까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제 작품들은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비슷한 스타일로 다양한 장식이 들어간 작품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쿄모리가 매력을 느낀 장식, 그 동인(動因)

쿄모리 코헤이 《M Nobu col.1》2023, 94.0 × 130.0 × 3.0cm, 캔버스, 레진, 암채(岩彩), 혼합 매체

히지카타 : 앞서 '장식'이라는 키워드를 항상 의식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해외에서의 경험도 포함하여 '장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계십니까?

쿄모리 : 장식이라는 개념을 떠나, 저는 옛날부터 밀도가 높은 것이나, 복합적인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 있을 때는 종교 건축물이나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자주 보았습니다. 유럽에는 장식이 온갖 곳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것을 카메라로 계속해서 찍었습니다.

히지카타 : 예를 들면 이슬람 건축의 아라베스크 문양 같은 것입니까?

쿄모리 : 그렇습니다. 20대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의도는 아니었지만, 구불구불한 선화를 계속 그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 내면이 그러한 조밀하고 복합적인 존재를 갈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지카타 : 처음에는 조밀한 것에 대해 느끼던 매력이 어떻게 장식과 연결되었습니까?

쿄모리 : 유럽에서 수많은 장식품을 보고 나서 '장식'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제 안에서 키워드로 자리 잡아, 작품을 발표한다면 장식이나 장식에 가까운 무언가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예술을 본격적으로 접하며 다시금 '왜 장식에 매력을 느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니 역사적으로 종교나 왕족, 기타 권위자들이 장식을 출중히 도입해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히지카타 : 장식의 역사적 뿌리는 미술의 기원과 얽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몬 토기의 조몬만 보더라도 장식 이전에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동물의 벽화나 부적 등에 소용돌이무늬가 자주 보입니다. 무늬의 주술적 의미가 힘을 잃어가자, 사람들은 무늬를 일상생활 속으로 가져오려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장식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장식은 인간의 문화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시대, 그 나라의 장식

히지카타 메이지, 뒤에는 쿄모리 코헤이 《Flowing A-UN women & men col.2》2023, 91.5 × 73.0 × 5.0cm, 캔버스, 레진, 암채(岩彩), 혼합 매체

히지카타 : 쿄모리 씨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나라의 장식 요소들을 작품에 녹아내리게 하려는 것이 느껴집니다. 특정 시대나 국가를 초월한 장식은 언제부터 의식하게 되었습니까?

쿄모리 : 의식하고 했다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수집한 소재들이 융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 안에서는 장식 하나하나의 역사나 기능적 의미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장식이라는 소재를 하나의 화면에 배치할 때 '어떻게 구성할까', '어떻게 비주얼화할까', '어떻게 새로운 장식을 만들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히지카타 : 예를 들어 특정 국가나 문화의 장식을 좋아한다든가,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없습니까?

쿄모리 :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역시 밀도나 복합성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디자인이나 기법이 진정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지카타 : 저는 그것이 쿄모리 씨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쿄모리 씨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디자인을 자신의 넓은 스펙트럼에 녹여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흔히 보이는 미술 대학의 순수 미술 스타일에 특별히 얽매이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술사나 장식 디자인의 역사를 배우면 편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들 안에 위계질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면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쿄모리 씨의 경우에는 자신의 감각을 믿고, 여러 가지 장식을 매우 대담하게 하나로 담아내려고 합니다. 그것이 순수 미술을 해 온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감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쿄모리는 중앙에 있는《M_Nobu_col1》작품을 보면서 장식 요소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쿄모리에게 있어 작품 제작의 주요 테마이자,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식' 한때는 신성이나 권위의 상징으로, 문화나 사회에 깊은 영향을 주었던 '장식'을 쿄모리는 새로운 시점에서 자신의 작품에 도입하고 있다. 이어지는 2부 인터뷰에서는 작품의 제작 과정과 중국·베이징에서 개최된 전시에 관해 얘기한다.

쿄모리 코헤이의 모든 작품을 보려면, 이곳을 클릭 해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최신 전시회 정보나 구독자 전용 혜택을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ARTIST

RELATED ARTICLES

FEATURES

  • ARCHIVE

  • ARTIST NEWS

  • EXHIBITIONS

  • GUTAI STILL ALIVE

  • SPECIAL

View more

뉴스레터 구독하기

최신 전시회 정보나 구독자 전용 혜택을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